날씨는 기억을 소환한다-
24년 전, 언니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직 가을의 따스함이 남아 있던 겨울의 초입이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 년 그날만 되면 느닷없이 겨울의 첫 한파가 몰아쳤습니다. 여러 해 동안 함박눈이 펑펑 쏟아진 적도 있었습니다. 혹한 속에서 엄마는 제사를 '엄마의 방식대로' 늘 자정에 지내셨지요. 그것도 강원도 산골에서, 그것도 집안이 아닌 언니의 작은 묘비가 세워진 뒷마당에서. 기일이 되면 깜깜한 밤중에 강원도 산골에서 추위에 떨면서 겨울의 시작을 온 몸으로 느꼈습니다.
다행히 해가 지나면서 엄마도 힘드셨는지 자정 대신 저녁으로, 최근 몇 년전부터는 낮 시간으로 예식은 옮겨갔습니다. 일 년에 한 번 모든 일을 접고 산골로 내려가 추위 속에서 죽음을 되새기던 시간은 그날을 기점으로 한 해 동안 쌓인 삶의 복잡한 무게를 걷어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근육과 피를 갈라놓는 듯한 매서운 추위가 있어서, 실은 그래서 가능했습니다. 칼바람에 코와 이마가 에며 기억이 돌아오는 만큼 앞으로의 삶은 어디로 가야하나, 곱씹을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올 해 알게 되었습니다. 기일 전날이 바로 기온이 떨어지며 눈이 많이 내린다는 뜻의 ‘대설’이라는 절기라는 것을 요.